"선생님,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지켜보죠"  

태아의 맥박이 40까지 떨어졌다. 보통 150정도를 유지하던 것이 이렇게까지 떨어졌으니 무척 위험한 상태다. 담당의사는 수술 준비를 지시했다. 아이는 이제 임신 29주 째다. 세상으로 나오기엔 너무 이르다. 다급하게 부탁했다. 아이의 맥박이 한번 더 급격하게 떨어지면 그 때 수술하자고. 의사는 태동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래프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봤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다행이다.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위험산모 병실로 다시 들어서니 아내는 울고 있었다. 의사의 수술 지시로 수술복이 전달돼 있는 상태였다. 또한 제왕절개를 위해 제모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울컥 목이 메인다.  

'안된다, 나라도 강해져야 한다.' 

"여보, 일단 수술은 지금 안해도 돼. 한번 더 지켜보기로 했어. 힘내, 자긴 잘 버텨낼 수 있을거야. 31주까지만 버텨보자. 응?" 

임신 30주를 넘어서면 하루하루가 금쪽같다. 29주차는 이제 폐가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시기다. 32주는 되어야 폐가 완성된다. 태아가 아기로서 제대로 틀을 갖추는 37주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엄마 뱃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첫번째 목표였던 34주는 이미 멀어져갔고 31주 정도까지만 버텨주기를 우리 부부는 바라고 있었다.  

사흘전 새벽. 아내는 전날 밤부터 시작된 수축의 고통을 더이상 참아내지 못했다. 4~5분 마다 찾아오는 진통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을 것이다. 결국 구급차를 불렀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아내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그녀의 마음만큼 괴로웠으랴.  

병원에 도착한 아내에게 수축 완화제와 수액이 투여됐다. 다행히 진통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누군가에게 계속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 결과는 최악에 가까웠다. 탯줄이 태아와 자궁 사이에 끼여 있었다. 수축이 올 때마다 아이의 머리가 탯줄을 눌러 맥박이 줄어든다. 160에 가깝던 숫자가 순식간에 80... 70... 60으로 떨어지면 머릿속이 하애진다. 하지만 다행이도 수축이 끝나면 아이의 맥박은 곧바로 160을 되찾았다. 기계가 가르키고 있는 숫자에 이토록 울고 웃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사흘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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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0-05-3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해 1차 고비는 넘겼답니다. ^^ 모두 건강해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