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가서 주례사를 귀담아 듣는 일은 별로 없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결혼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례는 여전히 흘려듣기 십상이다.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나 친척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 훨씬 즐겁기 때문이다.  

지난 달 지인의 결혼식장에 갔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밥이나 먹고 수다나 떨고 오자는... 그런데 주례를 하시는 목사님의 말씀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 여기 오신 하객분들은 신랑.신부를 축복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신랑.신부를 갈라놓으려 애쓰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귀가 솔깃했다. 

목사님의 말씀은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혼 초기에 상대방을 휘어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결코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남들이 잘 사는 것을 두눈 뜨고 보기에는 아니꼬와서, 시기, 질투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남편을 또는 아내를 손아귀에 휘어잡기 위해 하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신혼부부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결혼생활은 오히려 그 반대였을 때, 즉 서로 양보하고 배려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쓰레기 없는 국토’를 만들겠다며 ‘정토회’라는 실천공동체를 만들고 탈북자를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던 법륜 스님의 2001년도 주례법문도 이와 비슷한 뜻이 담겨 있다.

전략 

서로 이렇게 좋아서 결혼하는데 이 결혼할 때 마음이 어떠냐, 선도 많이 보고 사귀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따져보는 그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어떻나, 지위는 어떻나, 성질은 어떻나, 건강은 어떻나, 이렇게 다 따져 가지고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손해 볼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 볼 수 있는 것을 고르고 고릅니다. 이렇게 골랐다는 것은 덕 보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내는 남편에게 덕 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는 이 마음이, 살다가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는 30% 주고 70% 덕 보자고 하고, 남편도 자기가 한 30%주고 70% 덕 보려고 하니, 둘이 같이 살면서 70%를 받으려고 하는 데, 실제로는 30%밖에 못 받으니까 살다 보면 결혼을 괜히 했나 속았나 하는 생각을 십중팔구는 하게 됩니다. 속은 것은 아닌가,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했다"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덕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좀 적으면 어떨까요? "아이고 내가 저분을 좀 도와 줘야지, 저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평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줘야겠다, 아이고 저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 이렇게 베풀어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길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덕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100명 중에 고르고 고르고 해도, 막상 고르고 보면 제일 엉뚱한 걸 고른 것이 됩니다.
  

후략 


덕 보려는 마음, 내 입맛에 맞추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정말 결혼생활은 행복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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