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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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 특히 '검은집'과 '천사의 속삭임'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푸른 불꽃'에까지 손을 뻗게 만들었다. 개인들의 사건 뒤에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던 사회적 맥락까지 파고 들었던 두 작품들에 비해 푸른 불꽃은 개인적 느낌이 더 강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푸른 불꽃이 흥미로운 것은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를 쫓아간다는 것이다. 17살 고등학생이 2건의 살인사건을 완전범죄로 꾸미고자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정의를 가진 힘만이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애당초, 힘 이외에 효과가 있는 해결방법이 어디 있다는 거지? 132쪽 

슈이치는 의붓 아버지의 횡포로 동생인 하루카와 어머니를 잃을까 조마조마해 한다. 변호사의 도움을 빌려 보고자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위에서 도와 줄 사람도, 사회 시스템에 기댈 구멍도 없다고 느낀 슈이치는 결국 아버지를 죽일 결심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살인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친구였던 다쿠야에게 들키고 만다. 다쿠야는 그것을 빌미로 돈을 달라는 협박까지 해온다. 한번 살인을 저질렀던 슈이치는 다시 완전범죄를 꾸민다. 오직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겠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살인을 정당화 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살인자의 마음을 철저하게 괴롭히는 것은 신에 대한 외경도, 또한 양심의 가책도 아니다. 더구나 세상에 대한 체면이나 소문 따위는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시시껄렁한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주의 톱니바퀴처럼 마음을 옭아매는 것은 단지 사실일 뿐이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그 사실에서는 평생 도망칠 수 없다. 는 걸로 괴로워 한다.  

슈이치의 친구인 다이몬과 노리코는 그를 이해하고 그의 거짓된 알리바이를 지켜주려 애쓴다. 범죄를 계획하던 슈이치에게 다이몬은  
 

분노는 3독 가운데 하나야. 한번 불을 붙이면 분노의 불꽃은 끊임없이 타오르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까지 모두 태워버리고 말지. 361쪽 

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슈이치는 끝내 그 불꽃에 자신까지 타버린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분노에 대해서도 우린 분노의 불꽃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분노를 삭여야만 하는 것일까. 정당한 분노란 없는 것일까. 때론 분노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까.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리고 어디까지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슈이치가 동경한 정의를 가진 힘은 그저 망상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분노를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또는 승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과연 슈이치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나쁜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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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10-01-1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조인스 닷컴에서 보고 주문할려고 알라딘에 왔더니....알라딘 회원이시네요. 반갑습니다.

하루살이 2010-01-1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연이. 정말 반갑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