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쉰다" 

이제 열세살이 된 초등학생이 수족관의 금붕어를 보며 내뱉은 말이다. 무슨 뜻일까. 때론 동음이의어로 의미전달이 혼동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 전후맥락을 살펴보는게 마땅한 일일 터이다. 

이 아이는 지난 임진강 수해때 아버지를 잃은 아이다. 6명이 죽었던 참사의 희생자 가족이자 그 참사의 현장에서 살아난 아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해 아버지의 희생을 담보로 겨우 살아났던 것이다.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아이는 마음 속에서 곪아가고 있는 흉터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유일한 취미는 금붕어 키우기다. 그리고 자신이 키우고 있던 금붕어를 바라보며 한탄식처럼 내뱉은 말이 바로 "잘~ 쉰다" 였다. 

맨처음 이 내용을 들었을 때는 휴식의 의미인 줄 알았다. 너는 물 속에서 참 잘도 쉬는구나. 아버지도 이 험난한 세상을 떠나 그렇게 잘 쉬었으면 좋으련만... 이런 뜻으로 내뱉은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숨을 쉰다는 뜻으로 한 말이였다. 금붕어처럼 자신도 물 속에서 숨을 잘 쉴 수 있었다면 아버지도 구하고 아무일 없었을 텐데 하는 죄책감이 녹아든 말이었던 것이다. 

'쉬고 싶다'라는 강렬한 욕망을 항상 품고 살아왔던 것이, 그리고 아이의 시선 보다는 부모의 시선에 보다 접근해 가고 있다는 것이, 아이가 내뱉은 그 짧은 말을 오역하도록 만든 것 같다. 문득 살아가면서 이런 오역과 같은 오해도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오역임을 알게 된 것은 끝까지 아이의 말을 들었던 덕분이다. 오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끝까지 듣는 것. 내 멋대로 생각하지 않는것. 그것이 오해라는 그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아이는 어떻게 됐냐고. 다행히 어머니와 사고를 이야기하며 묻어두었던 슬픈 감정을 폭발시킴으로써 비로소 곪았던 것을 터뜨렸다. 비록 흉터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테지만 상처로 인해 삶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리라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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