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국판 히어로 영화. CG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작비도 엄청 들어갔다. 홍길동과 비슷한듯 하지만 다른 (그렇지만 네임밸류가 조금 떨어지는) 다소 혼동할 수 있는 영웅 전우치가 스크린 속에서 부활했다.  

영화 속에서 전우치는 장난기 가득한 도사로 나온다. 도사라 하면 으례 긴 턱수염에 백발, 그리고 꼬부라진 나무 지팡이가 떠올려진다. 하지만 전우치는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음을 비운다는 수행에선 한발자국 떨어져 있고, 임금도 골탕먹일 정도로 자유분방한 젊은이다. 또 영화 속에 나오는 신선들은 어떠한가. 실수투성이에 심지어는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속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신선들의 실수 덕분이지 않았는가. 영화가 초반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이런 캐릭터들의 반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중반 이후 재미가 급감된다. 과거시대에서 현대로 불려져 온 전우치의 활약상이 너무나 난데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서의 액션신은 메트릭스를 연상시키지만, 그저 흉내내고 있다는 인상만 줄뿐 창조적인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래픽과 제작비가 부족한 점을 고려한다면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찾아야 했을 터인데 아쉽다.  

또 이야기 전개는 너무 맥이 빠져버린다. 화담을 비롯해 영화 초반 선악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엔 다소 복잡했던 캐릭터들이 명확한 선악구도로 바뀌면서 와이어 액션에 집중된다. 하지만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피리 만파식적은 마치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와 꼭 닮아 있는듯 해 식상하다. 골룸과 같은 캐릭터에 비견될 만한 인물로 개이지만 말의 역할을 담당했던 유해진 정도가 살아있었다고 해야 할까.  

더군다나 전우치가 현대 세상 속으로 불려져 온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고미숙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은 백수들의 새로운 생존법을 보여주는 표상으로서 임꺽정을 불러왔다. 하지만 전우치는 현대에 와서도 과거와 똑같이 그저 요괴를 물리칠 뿐이다. 다만 도사로서의 마음 비우기에 성공했다고나 할까.  

욕망에 허덕이는 세상,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는 전우치의 망나니 같은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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