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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 The Soloi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저런 사람들은 한데 싹 쓸어모아서 무인도같은 데다 쳐박아야 돼!" "그냥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둘 것이지..., 동정조차 필요 없어"
서울역앞을 지날 때면 가끔씩 이런 대화가 들려온다. 50대 중반쯤 되는 중년의 남자들이 혀를 차며 내뱉는 한탄식이다.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그야말로 한겨울 된서리보다 차갑다.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또는 이들에 대한 대구책도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고 본다. 필시 게으르거나 무능한데다 의지마저 빈약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중학생 세명이 노숙자를 폭행하고 낄낄거리면서 도망치는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다행(?)히도 이들의 행동을 탓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동영상은 삭제됐고, 학생은 사과의 글을 올렸다.
<솔로이스트>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신문사 칼럼 기자와 그가 우연히 마주친 노숙자 이야기다. 이 노숙자는 과거 천재 음악가였다. 기자는 노숙자가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이 둘은 기자와 취재원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넘어서 점차 친구가 된다.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화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사실상 영화의 재미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노숙자는 사회적 문제다. 이들의 재기를 돕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겠지만 위의 경우처럼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더군다나 실제로 재활에 대한 정보가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태서 개인적 특성을 살린 재활이란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재활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포자기 상태의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의지와 능력을 심어 준다는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만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 맞춤별 재활 프로그램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떠했는가부터 뒤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쓰러진 패배자들을 아예 땅속 깊이 묻어버리려는 세상에 우린 너무 쉽게 동화되어 있진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