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금요일 저녁. 남산에서 내려오는 길. 작은 트럭 안에 가마솥순대를 파는 이동식 포장마차가 보였다. 마치 배고프던 차에 1인분을 주문했다. 간이며 내장 등 이것저것을 꺼내 썰어주시는 아저씨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저씨도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이겠구나.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날따라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진 모르겠다. 칼을 써는 아저씨의 손이 유난히 두터운 것도 아니었고, 세상풍파를 다 겪은 듯한 얼굴을 지닌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1인분 치곤 상당히 많은 순대를 싸 주시는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수고하시라는 말이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어렸다. 최근 내가 겪은 하루하루의 고단함이 작은 트럭 위에 웅크리고 앉은 아저씨의 고단함과 겹쳐졌기 때문이련가... 

다음날 모처럼 찾아온 휴일, 정말 모처럼 극장에 갔다. 마음껏 웃어보자고 선택한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식 웃음코드가 나랑 잘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의 <거룩한 계보>를 나름 재미있게 봤던 기억때문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대통령들도 결국 누군가의 아버지요, 아들, 아내, 남편 등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처럼 내 집안이 평온하고 내가 행복할 때 내가 책임지는 국가의 구성원들도 행복하고 평온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하고 있다.  

복권에 당첨된 후 가족들에게 당첨금 일부를 나눠주고 골프와 자동차 등을 사고 싶어하는 애타는 마음,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가서지 못하다가 대통령직을 그만두고서야 겨우 진심을 이야기하는 두근두근한 마음, 사고뭉치 남편 때문에 이혼과 탄핵위기까지 몰렸다가 남편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세명 각각의 대통령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피부에 와닿게 깨우치게 만드는 것은 방귀 에피소드다. 특히 장돈건의 방귀 냄새를 못 참는 장면과 한채영 앞에서 방귀 뀌는 장면은 대통령이라는 직책과 미남이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무장해체시킨다.  

TV에 나온 연예인 부부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방귀를 언제 트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듯 방귀가 주는 편안함(?)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대통령부터 노점상인까지 개개인 모두모두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 엉뚱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 대한 욕심을 조금쯤 덜어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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