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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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는 단순히 일본의 한 농부가 농약과 비료 없이 사과를 재배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식이라고 불리는 고정관념을 깬 한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고, 현대 농업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됐으며, 농업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연주의 생명철학이 녹아 있다. 특히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건 사과가 사과를 낳는 기계가 아니라 사과를 선물해주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장면이다. 농약과 비료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현대농업은 화학적 공업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게 만든다.  

1. 겪어보면 알겠지만, 바보가 되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거든. 하지만 죽을 마음을 먹을 정도라면 그전에 한번 바보가 되어 보는 것도 좋아. 똑같은 생각을 품어 본 선배로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한 가지에 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  31쪽 

계속되는 유기농 사과재배의 실패로 기무라씨는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자살까지 생각한다. 파고 파고 또 팠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절망의 순간에도 그는 문제를 놓지 않았다. 역자가 말한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포기한 순간에 찾아온다 246쪽) 바대로 그는 한계 바로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이 끈질김이 결국 유기농 사과 재배의 성공을 가져왔다. 그것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쌓아 나갈 필요가 있다. 때문에 세상에서는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람이 진정으로 새로운 뭔가에 도전할 때 ,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 역시 그 경험과 지식이다. 144쪽 
 

2. 병이나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것만 없애면 사과나무가 건강을 되찾을 거라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벌레나 병은 오히려 결과였다.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벌레와 병이 생긴 것이었다. 159쪽 
 

그는 사과나무가 죽어가는 건 순전히 병이나 벌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과 벌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나 이것은 또다른 이름의 농약일 뿐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그런데 이 깨우침의 과정은 내가 아토피를 앓으면서 얻게 된 깨우침과 다소 비슷한 측면이 있다.  

흔히 아토피를 음식 알러지나 진드기 알러지, 또는 면역체계 이상반응으로 본다. 그래서 알러지를 생기게 하는 음식이나 진드기를 피하는 것이 주된 처방법이 된다. 이것은 병이나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졌다는 생각과 닮았다. 내 몸이 건강하다면 실은 아토피도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태어날 때부터 어떤 특정하고도 불균형한 장기를 가지고 있기에(한의학에선 모든 사람들의 장기가 불균형하다고 보는 것 같다. 사상체질이란 이런 불균형이 만들어낸 차이일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균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완벽한 체질이 될 것이다) 발생한 병이라면 그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가 될 것이다. 사과나무가 강해지기 위해선 건강한 흙이 필요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흙이 필요하다.
 

3. 덫을 치우고, 수확할 때마다 이 빠진 옥수수를 모아 놓기로 했지. 그 후로 너구리 피해는 거의 사라졌어. 그걸 보니까 인간이 몽땅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피해를 입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따지고 보면 원래는 너구리 서식지였던 곳을 밭으로 만들어 버린 거잖아. 먹이를 주면 너구리가 더 많이 모여들어 밭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정말 신기했지. 자연의 불가사의함에 눈을 떴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자연은 인간의 계획대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 무렵이 효율만 따지던 농업에서 벗어난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어. 57쪽 

자연은 그 자체로 완결된 시스템이다. 사람의 도움 같은 게 없어도 초목은 무성하게 잎을 맺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시스템에 손을 댐으로써 인간에게 편하고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행위가 곧 농업이라고 후쿠오카는 말한다. 비료를 주면 보다 큰 열매를 맺는다. 해충을 죽이면 보다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비료를 주고 해충을 없애는 방법을 발달시켜 왔다. 그것이 거듭된 결과, 농작물은 자연의 산물이라기보다 일종의 석유 화학제품이 되어 버렸다. 68쪽 

4. 자연을 도와주고 그 은혜를 나눠 받는 거지. 그게 진정한 농업이야. 232쪽 
 

그렇다면 진정한 농업이 이 땅에 가득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생명체 운동이 결실을 맺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이런 공동체들이 학교, 병원, 군대 등 단체의 급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판매망을 확보한다면 흙이 살아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기무라씨는 보다 간단한 듯 하면서도 어려워보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울지 몰라도 언젠가는 자기들이 하는 방법으로 만든 작물을 농약이나 비료를 준 농작물과 경쟁할 수 있는 싼 가격에 출하시킨다. 그것이 기무라 씨의 꿈이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무농약 무비료 농작물을 택할 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일반 농가들도 진지하게 무농약 무비료로 농작물을 재배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236쪽 
 

5. 농약이나 비료를 안 주면 사과가 열매 맺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차원에서 현대인은 농약이나 비료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는데도 그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234쪽 
  

화학연료 없이는 살아가는 게 불가능한 세상. 그런데 그 화학연료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화학연료를 대체할, 말 그대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할 것이라는... 그러나 그 대체에너지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에너지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 무한하게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만 한다. 기무라씨의 자연 농법이 거든 수확이 농약과 비료를 쓴 사과의 수확과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약해빠진 사과나무는 농약과 비료를 필요로 하고, 농약과 비료를 쓴 농부는 중독의 위험에 빠지고, 그것을 먹은 소비자 또한 오염의 위험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농약과 비료를 만드는 사업체며, 병원이며, 종자회사이며 대형유통회사일 뿐이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가 우리에게 말해주듯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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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는 해충도 익충도 없다. 기무라 씨는 너무나 당연한 그 진리에눈을 뜬 것이다. 인간이 해충이라 부르는 벌레가 있기 떄문에 익충도 살아갈 수 있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기 떄문에 자연의 균형은 유지된다. 거기에 선악은 없다. 병이나 벌레의 극심한 창궐만 하더라도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의 활동이 아니던가. 187쪽 

테루아를 보면 비옥한 밭보다 오히려 척박한 토지에서 자라난 포도가 최상의 와인이 되는 일이 적지 않다. 포도나무가 부족한 영양분을 찾아 지하 깊숙이 뿌리를 뻗음으로써 포도는 토양 속의 다양한 미량의 원소를 섭취해 향이나 맛이 훨씬 복잡하고 깊은 맛을 내게 된다.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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