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주는 감동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크다. 그래서 영화는 감동실화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어한다. 이번 국가대표 영화는 한국의 스키점프 대표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화의 관심사는 이들이 이룩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 속의 험난함이다. 그 속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종 진중한 표정이라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심각함 속에서도 튀어나오는 코믹한 상황이 웃음을 줌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분명 영화는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그런데 그 감동이 부담스럽다. 특히 100m만 더 날아가면 메달을 딸 수 있는 나가노 올림픽의 극적인 상황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100m만 더 날면 된다고 강요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부끄럽다. 100m를 더 날기 위해 스키 점프대에 서지 말아야 할 아이가 선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응원을 한다. 무섭다고 도망치는 그를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몰아세운다. 그는 목숨을 건 그 점프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우린 그 아이의 성장과 상관없이 오직 메달을 바랄 뿐이었다. 이것은 마치 오직 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 국가대표를 임시방편으로 만든 조직위원회의 뻔뻔한 처사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태극기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일 수 있다.
그래서 박태환이 떠올랐다. 무턱대고 1등을 하라고 응원 아닌 강요하던 대한민국을 떠올렸다. 다행히 그는 목숨 건 도전을 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이번 실패를 계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스키점프의 국가대표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그가 떠오른 것은 너무나 당연시했던 응원이라는 것의 두가지 표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격려와 폭력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