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 My Dear Enem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멋진 하루는 조금 당황스러운 영화다. 전도연이 1년 전 빌려줬던 350만원을 받기 위해 헤어졌던 애인 하정우를 찾아가고, 하정우는 돈을 갚기 위해 전도연과 함께 주위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만나 돈을 빌린다는 게 영화의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선 도대체 왜 전도연이 1년전 헤어졌던 애인을 만나면서까지 돈이 필요한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영화를 보다보면 이 질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시작하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다. 

어쩃든 영화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도연과 하정우가 사람들을 만나 돈을 빌리는 모습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겉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사람들 가슴속엔 상처와 그 상처로 인한 딱지가 들러붙어 있음을 은은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허허거리고, 다른 누군가는 가시 돋힌 말을 내뿜고,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고, 담담하기도 하고, 억척스럽기도 한 가지각색의 겉모습은 상처를 감추기 위한 포장일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필요한 건 따뜻한 위로 한마디다.  

너 괜찮니? 

하정우가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 꿈이야기를 한다. 링 밖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저씨같지만 격투기가 시작되면 거친 모습으로 돌변하는 표도르가 나타나 자신을 토닥거리며 "너, 괜찮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전도연이 눈물을 흘린다. 그녀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너, 괜찮니"라는 단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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