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 특히 '엘리베이터에~'는 계속되는 우연이 어떻게 맞물려 황당함을 가져오는지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피뢰침'의 경우는 죽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경험에서 살아남음으로써 무엇인가 남다른 삶으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집단을 통해 일상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우리는 일상을 탈출하는 꿈을 꾼다. 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의 기회를 기다려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과 같이 성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볕들날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즉 양적 변화의 축적이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법칙이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마음 한구석에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네 일상은 그 일상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설은 이런 일상의 그물망을 보여준다. 결코 부서지지도 넘어서지도 못하는 견고한 일상의 벽은 그래서 수많은 우연들이 자신들에게 닥치더라도 여전히 그대로다.

혹시나 지금 일어난 이 일이, 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야말로 질적 변화는 양적 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질적 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질적 변화에 접근하지 못하고 그저 양적인 축적에만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은 오늘도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덧없이 계속 쌓아가고 있기만을 반복하고 있음을 소설은 웃음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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