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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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서재응은 마이너에서 5년을 고생했다. 박찬호나 김병현은 이미 메이저로 갈 사람들이지만 마치 통과의례처럼 마이너를 거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생각한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가는 길은 누구나에게 열려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수많은 마이너 선수들중 과연 몇명이 메이저로의 진입이 가능했던 것일까? 우리는 메이저의 화려함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은희경의 소설은 4명의 동창생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그것도 한자리에 모여 있는 바람에 다들 숙제를 해오지 않았을 거라는 오해로 안심하다가 봉변을 당한다-으로 어느 순간 묶이더니 평생을 같이하는 죽마고우로서의 삶을 살게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미 숙제를 하지않았다는 비주류라는 낙인을 가슴에 새겨둔채 평생을 그 낙인을 지우려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을 얽어매고 있는 마이너라는 계급성은 벗어나지 못한다.

메어저로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남미국가와의 공연계획은 그야말로 메이저라 할 수 있는 방송국에 의해 무참히 깨져버린다. 메이저가 버티고 서 있는 한 마이너는 도저히 도약을 꿈꿀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방에 메이저로 진입하기 위해 고시에 목매달고 있지 않은가? 또는 땅 투기라도 해서 경제적으로 메이저로 진입을 꿈꾸기도 한다. 계급이 없는 자유국가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계급에 묶여 있으며 그 진입의 통로 또한 지극히 제한적임을 소설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다른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메이저를 꿈꾸는지를? 마이너의 고달픔과 메이저의 달콤함이 주는 극도의 차이가 사람들의 탈출 욕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녁형 인간에 다시 아침형 인간까지 살아서라도, 자신의 몸을 완전히 소진해서라도 탈출해야만 하는 그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땅을 딛고 있는 바로 이곳임을 생각하니 서글픔이 든다. 메이저도 마이너도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계급이 존재하더라도 차이는 있데 차별이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본다. 그저 헛된 몽상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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