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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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바라보는 또는 비판하는 또는 읽는 방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굳이 큰 틀로 나누자면 영화이론이나 인문사회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비판하는 것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식 글쓰기 정도라고 할까. 그러나 이 두가지의 분류는 다시 글쓰는 이마다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여기 시오노 나나미가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어렸을 적 부모님의 영향으로 영화에 대해 관대하고 풍부하게 접한 작가는 그 영화들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처럼 말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영화는 주로 영화속 주인공들에 대해 탐착하고 있다. 물론 영화속 주인공과 함께 그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뛰어난 창작자는 절대로 간단히 인간을 묘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서로 모순된 양면을 한 몸에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라서, 그런 불균형을 묘사하지 않고는 한 인간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P45)-그렇다면 이런 관점은 심리학적 관점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심영섭의 영화읽기와 어떤 차이를 드러낼 수 있을까?

작가가 로마시대의 영웅을 그려냈듯이, 영화 속에서도 그녀의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영웅이라는 이름대신 품격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말이다. 영웅에 대한 집착이 마쵸적 성격을 드러냈듯이 품격에 대한 집착은 일면 계급적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도전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국철학을 내세웠다고는 하나, 도대체가 온 세상사람들이 성인이 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영화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품격이라는 잣대로 바라본다는 것도 이런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듯 '모순된 양면, 그 불균형을 갖춘 사람들이 어찌 품격을 지닐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불균형 속에서 품격을 찾는 재미도 솔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재미는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영화이었을때뿐이지만 말이다. 정말 영화보기는 어디에 돋보기를 들이대는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상의 장르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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