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지프스는 병들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반복되는 바위올리기를 끝내리라 다짐한다. 다시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 바위를 안고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정말로 갑자기 부닥치는 삶의 우연성. 끝내리라는 다짐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그 의지가 꺾인다. 그래서 발길은 또다시 산으로 향할수밖에 없다.<폭소>는 이런 삶의 우연성을 말하고 있는듯하다. 주인공들이나 그와 관련된 주변인물들은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이것이 이들의 삶을 온전치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 실은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은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반복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 차라리 끝을 보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다시 그 굴레속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물론 그 굴레는 처음의 굴레와 조금 달라 있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삶의 복귀는 체념인지 생의 의지인지 불분명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난 이 세상 모든 일에 왜?라고 묻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이 자신을 위로해주어야'만 하는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이란 그냥 이런 것이 아닌가 자문해본다. 뭐 별거 있겠냐고? 우연에 휘둘러 어찌어찌 길을 나서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