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의 두 기둥. DC 코믹스와 마블의 주인공들. 특히 공화당의 주연인 코믹스의 주인공들인 슈퍼맨, 배트맨과 로빈, 원더우먼, 아쿠아맨이 나오는 이 소설은 통쾌한 미국 비웃기다. 백인들만의 자본주의를 꿈꾸는 '힘으로 안되는 게 뭐있어' 하는 불한당 같은 그들의 모습이 만화 주인공들에게 투사되어 읽히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력을 상징하는 슈퍼맨과 경제력의 배트맨, 문화의 원더우먼 등등은 생활전반에 얼마나 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문학비평가들이 똑같이 비평하듯 이러한 슈퍼강국의 감춰진 모습이나 잘 밝혀지지 않는 시스템 등에 대한 탐구가 없이 통설만을 읊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들 자신들의 영울을 통해 풍자하는 재치가 한번에 책을 순식간에 읽도록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에는 틀림없다.주인공이 바나나맨이라는 특공대의 사명을 띠고 있지만 행동하는 것은 겨우 포즈를 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노란 피부뒤에 감추어진 하양이가 되고싶은 부질없는 욕망임을 깨우치고 그런 순간 우리는 '그러려니.....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자위하며 달콤한 슈퍼특공대들의 떡고물을 어떻게든 받아먹으며 살려고 하는 것이지도 모른다. 그래! 포즈만 취하는 세상살이우린 그렇게 멋진 정말 멋진 포즈만, 그냥 그렇게 포즈만 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뒤편에 나와 있는 하성란과의 인터뷰나 개인 자신의 수상소감이다. 이것은 작가를 보다 잘 알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게다가 그와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이 작가가 자신의 책보다도 더 재미있는 사람일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삶의 재미가 소설이라는 양식을 통해 어떻게 재창조 될것이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 작가는 포즈를 뛰어넘어 무엇인가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희망감이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