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똥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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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소설이 재미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니겠는가! 명품에 얽힌 뒷얘기들, 가출 청소년, 음치 클리닉 등등 신문의 가십면에 실릴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웃음과 더불어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도돌이표 같다' '양파같다'라고 표현되어지는 세상은 우리가 얼마나 일상에서 실감하는 것들인가? 끊임없이 반복되어지고 도대체 바뀔만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들을 그렇게 한 단어로 함축해버려도 전혀 그 뜻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가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고민을 해봐도 결국은 똑같다. 선생질 30년이 그래 왔듯이(철가방 추적작전)
내가 고모를 믿는건 고모가 세상에 널린 가짜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고민이나 욕심을 짜내는게 아니란 얘기다. -P225

내가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거대한 꿈이 사라져가고 그저 무사 안일주의에 빠져 내 한몸 잘 건사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세상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기어코 작가는 거대담론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을뿐이다.
아무것도 안하면 돌도 안 맞으니까 - P241

따라서 우리는 그저 손을 놓으면 된다. 도덕적 자아를 찾겠다는 욕심도 저버려야 한다.
착하면 모든게 용서되는 세상이라니 끔찍하다 -P238

세상은 착하다고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뿐더러 또 용서받을 수 있다 할지라도 누가 용서를 구하겠는가? 아니 이런 생각마저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은 단순한 사람이 살기 편한게 확실하다 -P243

얼마나 확실한 답인가?
가식적인 심각한 고민을 버리고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단순히 살다보면 어느새 백발이 되어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당신은 그런 삶을 살아 행복을 얻을 것인가?
이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늘 세상에 지는 기분이다. P149

그래서 난 오늘도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하지만'을 되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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