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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란다.
나는 불교의 교리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화엄의 사상과 카오스 이론의 유사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화두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머리속으로 알고 있을뿐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두가 하나로 얽혀있다고 머리 속으로 생각하지만 나의 마음이나 행동은 결코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붓다임을 머리속으로만 생각하다보니 결코 자비심은 생겨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머리속에서만의 자각이 마음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좋은 만남의 인연이었음을 고백한다.
모두가 붓다임을 어찌 아는가? 그것은 깨어있을때만이 알 수 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내가 바로 이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음을 내가 지금 먹고 있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걷고 먹는 것을 말한다. 나의 감정이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지, 또는 들떠 있는지 또한 깨어있는 상태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그런 감정의 출렁임이 나 이외의 다른 것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었음을 알게된다. 이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왜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자비심을 가지게 되고 그와의 거리를 좁히게 된다. 이 거리는 마음뿐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거리까지도 포함한다. 이렇게 가까워진 거리만큼 사랑은 싹트게 된다.
도대체 삶은 무엇을 이루고자 그리도 빨리 달려가는가? 돈, 명예, 권력, 사랑을 위해서 살아온 것인가? 행복의 정체는 무엇인가? 무심하게 바라보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평화의 상태며 붓다의 미소가 아니었는가?
나의 호흡을 찬찬히 들여다보라. 지금 이순간 나의 호흡을 찬찬히 지켜보라. 모든게 경이롭지 않은가? 땅위에서 이렇게 햇빛을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이 경이롭지 않은가?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바로 땅위를 걷는 것임을 뒤늦게 알게된다.
모든 불상의 미소가 우리 인간의 모든 얼굴에 묻어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내 호흡을 지금 이 순간 경이롭게 지켜보리라. 마음에는 평화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