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이블 투니버스에서 방영하고 있는 '더 파이팅'이라는 재패니메이션에 흠뻑 빠져있다. 페더급 신인왕에서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과 그 라이벌의 실력쌓기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시합 전 벌벌 떨고, 강한 상대를 만나 겁에 질리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기어코 이겨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로 하여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카운터 펀치는 타이밍과 (가슴을 두드리며)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그대로 우리네 인생살이의 가르침으로 바뀐다. 만화 <권신>은 여기에 정의에 대한 참뜻을 가르친다. 주인공은 항상 초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급성장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심성이다. 강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또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해쳐야 한다면 그런 강함과 그런 삶은 도대체 나의 생명을 지탱해 줄 수가 없다. 만화 속에선 실존인물의 이름이 거명되면서 흥미진진함을 더하는데 그 진위는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중요한 것은 그가 강하기 때문에 정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지키는 과정 속에서 강함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간혹 착각을 일으키고 산다. 그 순서를 말이다. 착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동화가 수도 없이 많지만 우리네 속담은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라고 가르친다. 우린 이 순서를 잘 파악해야 한다. 강하고 싶어한 것이었는지, 정의를 지키고 싶어한 것이었는지, 부자가 되고 싶어한 것이었는지 마지막 목표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우리는 그 앞의 순서를 실행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정의를 지키고 강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된다면 우리는 오늘도 땀을 흘려야 한다. 그것은 그냥 그대로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고 오늘도 허공에 주먹을 한번 질러본다. 쉐도우 복싱. 내가 쓰러뜨려야 할 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허공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