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전 가이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서현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책은 첫장과 끝장에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뿔뿔이 흩어져서... 고립하라!고립하라는 뜻은 고립되어 살다라는 뜻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번역상의 까다로운 문제로 보이는데 아마도 가장 가까운 뜻은 자수성가 정도가 아닐지 싶다. 노부유키의 만화가 그렇듯이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추악함과 세상의 벽에 부딪혀 한없이 나약함을 드러내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 그는 세상은 혼자 살아나가야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삶. 최근 우리는 더불어 숲을 이루는 화해와 협동을 강조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가슴이 따뜻해져옴을 느낀다. 하지만 숲은 나무들의 어깨동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은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 서 있음으로 해서 숲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렇게 스스로 서 있는 나무가 되기를 원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 그러한 삶들이 모였을 때 숲은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숦을 이루기 위한 어떤 희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노부유키는 인간이 나약하고 누구에게 기대고 싶은 정신 때문에 협동, 희생, 공공의 선을 말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느끼는 것인지만 우리는 혼자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고립해야 한다.

ps 그러나 이런 고립도 사랑앞에선 힘없이 무너진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언제나 서로에게 기댔을 때만이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실은 사랑도 독립된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고립을 위한 무대로서 이 작품에선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녀간의 사랑도 없다. 이것은 고립을 위한 최소의 전제조건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남녀가 모두 존재하는 세상은 고립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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