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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
윤인완 글,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신화 전설 민담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금발에 길쭉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짜리몽땅하고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도깨비나 귀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기야 밥 보다는 햄버거와 피자를 주로 먹는 아이들에게, 다리도 길어져 팔등신이 대부분인 젊은이들에게 금발의 영웅이 보다 더 친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산하가 아직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한 그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던 귀신들과 정령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아일랜드는 바로 우리의 정령들을 만화속에 살려놓고 있다. 우리의 땅이지만 이국적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정염귀 등을 비롯해 고유의 정령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 무척 특이하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그들을 다스리는 술법은 밀법과 기독교의 엑소시즘이다. 우리의 정령을 다스리는데 왜 이방의 것들을 들여온 것일까? 다소 엉뚱하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만화의 장점은 또하나의 고향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현실사건을 바탕으로한 추리형식에 있다. 일본 신주쿠에서 발견된 해골의 정체를 찾는 과정은 스릴넘친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상상력은 결코 그것이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않음으로써 설득력을 지닌다. 더더군다나 요괴들과 인간들간의 차이점을 분노와 용서로 구분한 부분은 매력적이다.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귀신들은 한의 정념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도깨비는 그런 한의 개념보다는 신명의 개념이 더 어울리기는 하지만,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면 쉽게 와 닿을듯 하다) 그 한을 분노로 다스리는냐 용서로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괴와 인은 확실한 구분점을 갖을 수도 있겠다.역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분노를 억누르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그 마음을 지녔을때 아일랜드 제주도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