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컴퓨터를 이기고 체스 세계챔프가 된 뇌신경학자가 바로 그날 죽음을 맞는다. 소설은 이 죽음을 범죄로 보고 살인자를 찾는 과정과 체스세계챔프의 변모과정을 씨줄과 날줄로 해서 치밀한 구성으로 전개해나간다.

이 두 과정은 한가지 질문에서 출발하는데 '인간의 행동은 무엇을 동기로 해서 이루어지는가'이다. 도대체 난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지금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그 동기를 13가지로 분류하는데 기실 그 기본은 첫번째 이유였던 쾌락에 있다고 하겠다. 최후의 비밀이라고 불리는 뇌를 자극하는 것도 실상 그것이 주는 쾌락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피쿠로스 학파는 가장 중요한 소설의 요소라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삶의 동기로서의 쾌락이란 결코 육체적 원초적 쾌락 그 이상의 쾌락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바로 그런 점에서 삶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즐겁게 간주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이 바로 정신적 쾌락상태, 어찌보면 니르바나의 세계로 이끌어나가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 쾌락에 함몰되어 세상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 상태의 추구, 그것은 소설 속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다른 세가지 요소가 있어 가능한 것일 것이다. 웃음, 꿈, 어리석음.

웃을 줄 안다는 것은 쾌락을 안다는 것이요, 꿈을 갖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언제나 현실의 삶으로의 복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리석음이란 쾌락의 상태에 계속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열반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철저한 금욕도 쾌락도 아닌 삶의 즐거운 상태, 컴퓨터는 이런 상태를 오류라고 볼 것이다. 우리네 삶은 그런 오류 덩어리였을때 행복한 것임을 우리는 바보처럼 알고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