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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고나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서평이나 홍보문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감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마저도 든다.
이번 <나는 떠난다>라는 책 또한 나의 책읽기에 대한 능력부족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 어떤 부분에서 해학이 있으며 또 일상에 대한 탈주라는 주제의식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단 말인가? 일상과 심리에 대한 묘사는 고전소설처럼 지루하리만치 한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이런 묘사가 정말 소설속의 독특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에 대해 실망했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읽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일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는 나만의 느낌은 간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나에게 지속적 관계의 단절에 대해 가르쳐주려 한 것 같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과도 특히 여자관계에 있어서는 오랜 시간을 같이 나눈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마치 시계추와 같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질 뿐 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지는 것은 보여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그런 연유로 인하여 소설속에서는 가족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 듯하다.
이런 관계의 단절은 만남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판매의 흐름이 그렇고 주인공의 북극탐험이 그렇고 조수의 변신이 그렇다. 계속되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집착할 그 무엇도 없이 아무것에도 기대치 못한채 부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은 그래서 나그네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