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자 the Closer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상상해 봅시다. 넓디넓은 들판에 나홀로 서 있는 장면을. 세상엔 나 말고 아무것도 존재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악을 써도 메아리조차 없습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천상천하 유아독존.나는 살아있는 것인 걸까요? 자, 이번엔 조금 더 나은 상황으로 나가봅시다. 제 옆에 사람들이 있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말을 건네봅니다. 하지만 묵묵부답.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마치 바위에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소통이 단절된 삶. 아~, 나는 살아있는 것인 걸까요?

가끔씩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몇일 살다왔으면 하는 꿈을 꿉니다. 휴대폰도 꺼두고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도 없는 곳. 오직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살랑살랑 머릿결을 흔드는 바람과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햇살만이 존재하는 곳. 소통 자체가 전무한 이곳. 타인과의 소통은 때론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삶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꿈꾸는 그곳.

키퍼는 괴로워합니다. 쿤이라는 자아와 키퍼라는 직위사이에서 갈팡질팡. 그 둘은 둘일 수가 없습니다. 오직 하나로서만의 삶이 있을뿐입니다. 그는 쿤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행하는 그의 능력은 키퍼로서의 행위입니다. 결국 둘은 떨어질 수 없는 동일인물인게죠.

사랑의 감정은 소통의 극치입니다. 나와 타인의 구분조차를 불가능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런 사랑이 떠나가면 그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요. 오직 죽음만이 소원이겠죠. 그래서 그는 세상을 닫아버립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닫아버리는 것이겠죠. 사랑은 이렇게도 지극히 위험한 것인가 봅니다. 그래서 중독이라는 말을 쓰겠죠. 시기와 질투를 그림자로 둔 사랑.

소통은 항상 괴로움을 동반합니다. 때론 떠나보세요. 소통이 없는 삶으로. 그러면 그 괴로움마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소중한 요소임을 깨우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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