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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X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는 고대 신화에서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야누스의 두 얼굴이 그렇고 프랑켄슈타인이나 최근의 TV시리즈 두얼굴의 사나이, 그리고 투명인간 등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이중적 경향은 서로 엇비슷한 성격을 띠는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의 상반된 성격을 가짐으로써 비극성을 갖게 된다. 만화 <X>또한 주인공이 천룡을 택하는 순간 가장 절친했던 그의 친구가 지룡이 됨으로써 비극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천룡과 지룡의 싸움은 얼핏보면 선과 악의 싸움으로 비쳐지며 당연히 선이 이기길 바라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만화가 진행되면서 이것은 정말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우치게 된다. 천룡과 지룡은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과정은 아니다. 물론 이 선택에선 인류문명의 발달이 환경오염을 과속화시켜 지구멸망을 가져올 것이라는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즉 인류의 생존을 택할 것이냐 지구의 생존을 택할 것이냐의 선택에서 당신은 무엇을 택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내세우는 작가는 그 질문을 받고 독자가 당황해하는 것을 즐기는 듯싶다. 그러나 작가는 착하게도 왜 주인공이 천룡을 택할 수밖에 없는 지를 가르쳐준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인류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 그 지키고 싶은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생명체 모두로 확장이 된다면 결코 이 싸움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무엇인가를 소중히 지키고 싶은 감정,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 인간이란 바로 이런 존재이지 않는냐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해 아직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듯이. 우울했던 마음 한편이 따스해져옴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