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은 자본주의의 속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돈에 대한 탐욕이 잘 드러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욕망의 유혹에 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부나방처럼 그 욕망을 향해 자신의 몸을 태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을 밟아뭉개고 올라서야만 하는 경쟁의 구조와 패배앞에서 또 얼마나 비굴한지를 섬뜩한 대결을 통해 드러나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이 어두운 인간에 대한 관점은 주인공의 순수함마저 빼앗아가지 못해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곤 한다. 세상은 온통 먹구름이지만 간혹 햇살이 그 틈사이로 비추듯 그리고 그것은 먹구름 위의 세상은 햇빛 찬란한 세상임을 암시한다. 만화를 읽어나가면서 진저리치고 세상에 대해 비관적 눈길을 보내가다도 문득 주인공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번 만화의 결말은 주인공이 경쟁의 세계를 떠나버림으로써 진정 우리가 맞대고 있는 세상을 회피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런 노부유키의 만화는 인간에 대한 내면을 여러가지 대결구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 외에 꼭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 바로 벌칙의 내용이다. 특히 이번 <은과 금>에서 나오는 벌칙 중의 하나인 감금과 온 세계와의 단절은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만든다.

24시간 내내 빛속에서 누구와도 접촉을 금한 채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점차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동물적 생존능력마저 잃게 될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깨우침을 뜻하는 말이긴 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뜻을 새겨 오직 나 혼자만의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면 이는 필경 죽음의 세계로의 초대일 것이다. 인간은 항상 접촉을 필요로 하고 그것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졌을 때 자신의 존재마저 상실되어진다. 해와 달의 변화, 사람들과의 대화 등등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모습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접촉의 인간관계속에서 우리는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추악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 공간에서도 끝내 순박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 되보자는 게 아마도 지은이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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