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조정래의 소설은 읽는 순간 나 자신이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이다. 여기서 사실적이라 함은 그것이 실제 사건을 다루었다거나 묘사가 현실적이라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즉 바로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말투 하나하나가 소설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강>은 우리의 역사를 읽어내는 대중적 시선보다는 그 소설속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 자체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천두만은 바로 우리의 할아버지였으며 그들의 아들 딸들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였다. 왜 그토록 아버지께서 쌀밥을 좋아하시는지, 왜 아들들이 고시를 봐서 합격하기를 기원하는지, 얼핏 이해하면서도 왜 <그토록>인지는 사실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느끼게 됐다. 왜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이 자식들이 바라볼 때 <그토록> 권력지향적이며 세속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누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살아남는다는 것이 최대의 지상과제이기에 인간다움에 대해 돌아볼 수 없었으면서도 어느 순간 왜 인간답게 살아야하는지를 깨우치고 그것을 향해 두려움없이 나아가는 모습에서 나는 아버지를 얼핏본다.

아버지의 주름이 결코 세월만이 가져다 준것은 아니라는 것을 책을 덮는 순간 깨우친다. 역사는 결코 역사책에 쓰여진 것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주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옳고 그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작가가 얼마나 그들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지는 실감할 수 있다. 작가의 애정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부턴 우리의 아버지세대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또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월이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조정래의 소설은 그러기에 한없는 사랑의 손길로 더듬어 보는 가족앨범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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