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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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홀로 서있는 상상을 해본다. 내리쬐는 햇볕, 주위엔 물웅덩이 하나 없다. 모래바람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또 다른 길을 만든다. 사막을 벗어나는 길은 오직 걷는 길밖에 없다. 사막이 끝나는 지점 또 다른 사막을 만날지라도 난 꾸준히 걸어야만 한다. 그 속에서 난 또 다른 나를 수없이 만난다. 눈물이 난다. 나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소설가의 길을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피가 끓어오르는 감동을 주어야 하는 소설가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에세이는 오직 소설 한길만을 걷고 있는 마루야마 겐지의 무너지지 않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인생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P208)

삶이 주는 평온함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느림'의 미학을 제멋대로 해석해 얼토당토 않은 게으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굼벵이에게 갑자기 내려치는 청천벽력이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형이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상의 자세를 어떻게 다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의 문제다.

결코 문학의 거창함이나 소설가의 위대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학권력, 예술권력에 대한 경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소설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삶에 얼마나 부단한 채찍질을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엄격성에 있다 하겠다. 그런 삶이 비록 고단할 지라도 그것이 바로 인생이지 않을까 노소설가는 조용히 자신의 삶으로써 웅변하고 있다. 사막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누구나 건널 수 있는 것이 아닐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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