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법정 지음 / 이레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행에 돌입해 삼매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개인적 문제이지 사회적 문제일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식물의 생명을 빌어 몸을 지키고 부처의 설법을 빌어 마음을 지키니 어찌 깨달음이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다만 번잡한 인간사에서 벗어나 수행을 하는 이유는 욕정으로부터 벗어남이요, 갈등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나도 그러한 삶을 꿈꾼 것이 몇번이었던가? 세상사가 힘들고 괴로울 때 훌쩍 산으로 들어가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 것이 어디 하루이틀이었던가 그런 꿈을 꾼 것은 산사의 삶이 어찌보면 순박하고 단조로워 삶을 꾸려가는 게 쉬울 것이라는 짐작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오두막 편지>를 읽다보니 산사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됐다. 다만 자신과의 철저한 대면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 괴롭지만 위안거리가 될 수도 있을 터... 아마도 난 산사의 삶을 쉽고 가볍게 생각하고 그것을 꿈꿔 왔던 모양이다.

자신을 찾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욕망에 이끌려 자연을 벗하려 했던 것은 아니였는지 반성하게 된다. 진정 자신을 찾는 깨달음은 산사에서든 속세에서든 마음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제야 다시 절감하게 된다.

산 속 깊은 곳 오두막에서 보낸 편지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싼 회색도시속의 현대인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해주고 있어 책을 덮는 순간 온몸이 푸근해짐을 느낀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다정한 친구와 껴안고 말없이 그간의 사정을 주고 받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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