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영상포엠 충남 당진 편에선 굴따는 70노파의 모습이 보여졌다. 갯벌에서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굴을 따는 노파는 바구니 가득 굴을 따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친다. 하지만 욕심껏 굴을 따지 못하는 것은 가득찬 바구니를 들고서 갯벌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구니는 한가득 차지 못하고 조금은 허전한듯 비어있다.
제작자는 넌지시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마음을 비우시는건 어때요? 할머니는 가벼운 미소로 대답한다. 욕심을 버리고 어떻게 사느냐고. 욕심은 죽었을 때 비로소 사라지는 것이라고.
할머니의 말은 머리에 쿵 하고 충격을 던져주었다. 무소유의 정신, 허허로움 속에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교훈은 할머니와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세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영혼을 부러워하던 이에게 그야말로 70년이라는 삶의 세월이 묻어나는 한마디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한없이 가벼워지고자 하는 영혼에 천만근 추를 매달아놓은듯 땅에 다리를 박고서 삶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삶이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간다 하지만, 그 중간 중간 손 안에 많은 것을 채우고 또 채우기도 한다. 할머니가 말한 욕심은 손 안에 채웠던 그 순간들을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입 속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남의 손에 쥐어주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넣어두기 위해서 등등, 결국 손에 쥐어졌다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던가. 그 손에 쥐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할머니의 욕심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욕심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게 인생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할머니는 손 한 움큼 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바구니 가득 굴을 담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손 한 움큼의 욕심. 살아가는 의지를 불태우고 만족감에 행복할 수 있는 그 적당함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