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라는 단어는 우리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그렇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해 전혀 낯선 소재가 아니다. 특히 ㅇㅇㅇ 공화국 시리즈를 통해 급박한 정치적 변혁의 과정을 TV를 통해 맛본 경험은 쿠데타라는 '사건' 이외에 그것에 가담하는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보낼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만들었다.  

<작전명 발키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를 암살하고자 했던 독일 내 반나치 세력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5번의 암살시도 중 맨 마지막 시도이기도 했던 실패한 발키리 작전의 실화가 그 주요 내용이다.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한 암살이라는 것만 특이할 뿐 실제론 쿠데타 과정 속에 놓여진 여러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드라마 ㅇㅇㅇ 공화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특히 먼저 통신과 방송 등을 장악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통적으로 보여준다거나 내부자 배신의 파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익히 알고 있다는 것 등등 쿠데타 진행과정에 대한 긴박감과 상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익숙한 소재이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긴장의 리듬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특히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하는 수뇌부, 집권세력과 쿠데타 세력간에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복불복 심정으로 결정하는 사람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정치적,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채 행동하는 사람, 그저 충성하고자 맹세했기 때문에 충성을 다 바치는 사람, 목숨을 부지하고자 위기에서 먼저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 등등. 그중에서도 백미는 담배를 통한 긴장감의 고조다. 인물들이 뿜어내는 담배연기를 통해 심리묘사와 함께 긴장의 끈을 최고조로 높이는 연출은 영화의 숨은 매력이다.  

지금이야 과거의 역사에 대해 선과 악을 극명하게 나누고 있지만, 당시 그 상황에 직면해 있던 사람들에겐 결코 명확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을 상황.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눈앞에서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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