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집착하는 버릇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흔히 영화든 소설이든 연극이든 선택의 기준이 되는 질문은 "어떤 이야기냐?" "어떤 내용이냐?"가 대부분이다. 스토리를 중심에 두지 않고 캐릭터나 이미지의 충돌 또는 분위기만으로 끌고 가는 것들의 매력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매력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것들도 많다.  

<놈놈놈>은 스토리만으로 따지자면 빈약하다. 그러나 '추격'이라는 테마로 살펴보면 남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세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주는 묘미도 만만치않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쫓아가게 되면 다른 무언가가 쫓아오게 되어 있어. 결국 우리 인생이라는 게 쫓고 쫓기는 연속인거지. 피할 길이 없어. 

박도원은 윤태구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윤태구를 쫓게 된다. 그렇다면 박도원이 쫓기는 다른 무언가는 무엇일까. 피할 길 없는 그 무엇 말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꿈을 품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도원은 오히려 그 꿈에 쫓기는 것은 아닐까.  

꿈을 향해 쫓아가기 보다 꿈에게 쫓기는 상황. 그가 살아가는 세상은 잃어버린 땅만큼이나 척박한 황무지일 것이다. 우린 무엇을 쫓고 무엇에게 쫓기고 있는가. 그림자를 쫓지 말고 환상에 쫓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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