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11쪽

실은 이말처럼 무서운 말도 없다. 모방범은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연쇄살인의 흔적이 발견되고, 범인은 아예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그 진짜 범인은 희생자들의 가족과 술래게임을 하는 등 범죄에 대한 무도덕적 감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인이 누구인지, 범죄동기는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예기치 못한 반전이 가져다 주는 분노와 허탈감 등이 더해지면서 빨리 결말을 보고싶은 충동에 빠진다. 그 와중에도 저자가 범죄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충격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는 범죄란 무얼 말하는 걸까. 연쇄살인마의 탄생은 사회적 가학, 피학의 욕구로 탄생하는 걸까.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 범행이란 말은 언제 어떻게 희생될지 모르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범죄일지 모른다. 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라는 공포가 이런 범행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희생자라는 인식은 범인에게로도 향해 이들 또한 사회적 희생자로 비쳐지기도 한다.

범인 또한 사회의 희생자라는 논리로, 거기에 반론을 펴는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 세상에는 그런 희생자들만 가득하다. 신이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짜로 싸워야 할 적은 누구인가? 317쪽

어느 쪽이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사회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선악의 판단 기준이란 그것뿐이다. ...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선전이야말로 선악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정하고, 신과 악마를 나누는 것임을. 법이나 도덕규범은 그 바깥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따름이다. 343쪽

이것처럼 현대사회를 잘 비쳐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대중매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옳음이 무엇인지를 강요하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 그래서 누군가는 선전활동을 위해 목소리들을 장악하려 든다. 그 목소리들을 통해 자신이 항상 옳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서. 적은 그렇게 위장한다.

범죄자뿐 아니라 사건을 일으키기 쉬운 종류의 인간을 사건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격정도 아집도 금전욕도 아니다.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것은 다케가미가 오랜 세월 형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진실이었다. 361쪽

영웅에 대한 욕망은 결국 영웅을 갈구하는 사회가 일으킨 것일까. 결국 첫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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