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짜리 동물의 왕국이라고 하면 제격인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는 서럽도록 아름답다는 말을 넘어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의 생명과 자연을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가 때론 잔인하게도 비치지만 처절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상어가 물개를 잡아채며 하늘로 붕 떠오르는 모습이라거나 표범.치타의 먹이를 쫓는 질주장면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잡아먹혀야만 하는 동물들의 서글픔도 잡아먹어야 살 수 있는 동물들의 치열함도 과장되지 않고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어쨋든 이 다큐영화는 북극곰이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동면에서 깨어난 북극곰은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나타나 가슴을 싸늘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한다. 몸뚱아리가 절반이나 줄어들어 자신보다 덩치가 큰 바다사자를 잡아먹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장면은 눈물을 떨구게 만든다.

누가 저 북극곰을 도박으로 몰게 했을까. 

영화는 우리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동하라고 말한다. 무엇무엇을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찾아보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거창한 무엇을 찾기 보다  물한방울 아껴쓰고 전기를 허투로 쓰지 않는 것 하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식을 줄인다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사자들 사이에서 잠자듯 조용히 드러누운 북극곰의 모습이 눈동자에 아련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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