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택의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이 영화 바빌론 AD가 보고 싶었던 이유는 뇌까지 근육질로 꽉 차 있을 것 같은 배우 빈 디젤의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컸다. 다음으론 마티유 카소비츠라는 감독에 대한 믿음이랄까. <증오>와 같은 현실감 넘치는 영화에서 SF로의 이동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4개의 스턴트팀을 동원했다는 액션 장면은 소문난 잔칫집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있는냐 하면 뻔한 구성에 뻔한 줄거리인지라 그닥 흥미를 끌지 못한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미래를 구할 오로라라는 소녀를 몽골의 수도원에서 뉴욕으로 데려가야 하는 사명을 띤 투롭(빈 디젤)이 마지막에 임무를 거부하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궂이 영화의 특이한 점을 말하고자 한다면 가족에 대한 시선이라고나 할까. 첨단 컴퓨터를 모체로 한 아이와 동정녀 신화로 태어난 쌍둥이와 가족을 이루는 투롭은 피나 DNA와 상관없는 가족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진정한 가족이란 혈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지금 현실에서도 가족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이들끼리 실험적인 가족도 탄생하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가족에 대한 영화는 아니기에 비난의 화살을 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에서 영화는 할 말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냥 입을 다물고 끝내 버린다.(아이고, 아까워라 내 돈~~ ㅜㅜ)

어정쩡한 것은 역시 군대에서 줄 설 때나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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