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주는 풍경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한겨울 보름달이 눈에 반사되는 풍경이나, 이곳저곳에 오색빛깔 야생화가 피는 봄,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 녹음과 시원한 계곡이 뿜어내는 여름의 풍경...
또 시간에 따라서는 어떤가. 특히 아침풍경은 안개와 구름이 빚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구름바다에 빠져 수영을 하고 싶거나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는 다른 모습. 무릉도원 또는 선계.
내가 먹고 자고 마시는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마저도 산의 아침풍경을 대하면 그 그림자조차 사라지고 만다. 욕망 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 그래서 새벽녘 오르기 시작한 산은 그냥 산이 아니게 된다. 나를 잊어버리게 하는 곳. 때론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것이 무한한 충만감을 안겨준다.
비움의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