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으면 어린얘와 같아진다고 하던가. 이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가 함께 있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 애니메이션 <언덕 위의 포뇨>는 그의 작품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을듯하다. 물론 그가 창조해내는 캐릭터들의 귀여움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인어공주의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동화같은 이야기다. 문명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비수보다는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으려 한다. 그래서 깊은 슬픔이나 아픈 갈등은 무뎌지고 행복한 미소가 깊어진다.
그 행복한 미소는 오로지 사랑에 달렸다. 그런데 사랑을 할 때 그 대상은 무엇일까.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과연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일까.
꼬마 주인공 쇼스케는 포뇨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 사랑은 포뇨의 정체와 전혀 상관없다. 우리의 사랑은 타인의 정체와 상관없이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 미야자키 감독은 그럴 수 있는 세상만이 구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애니메이션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리고 사랑은 또 하나의 신화가 되어 버린다.
정말 사랑은 그렇게 위대한 것인가. 사랑을 알지 못하기에 대답은 흐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