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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젊고 아름다워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뿐이란다.(42쪽)
현실은 내 꿈같은 것을 아주 간단하게 부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학생간의 차별이었습니다.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클럽활동에도 격차가 있었고, 주류와 비주류가 확실히 나누어진 사회였던 것입니다. 그 근본이 되는 것은 물론 선민의식이었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세상이 결국 그런 것이었음을 새삼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66쪽)
여자의 외모는 타인을 상당히 압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있어도 그런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뇌나 재능 따위로는 외모가 뛰어난 여자를 절대로 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68쪽)
부라는 것은 항상 과잉을 낳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고 음탕한 것입니다. 그 음탕함은 설사 겉모습이 평범하더라도 그 학생을 특별한 존재로 꾸밀 수 있는 것입니다.(70쪽)
하지만 단 한 가지, 주류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엄청나게 아름다우면 어떻게든 주류가 될 수 있어.(80쪽)
보통 사람들과 다른 양심과 온순함을 가진 생물, 그것은 틀림없이 마음 속에 남들보다 큰 악마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83쪽)
이 세상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꼴사납고 허영심이 뒤엉킨, 복잡한 세계 속에 있는데도, 그녀는 이 세계에 자신이 지금까지 배양해 온 노력과 근면이라는 가치관이 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잖아요.(90쪽) 이 세상은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답받지 못하는 자들로 가득하단 말이야(124쪽)
인생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는 되지 않는다. 마음속 외에는 자유가 없다.(183쪽)
노력이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의 인내 끝에, 일시적인 자기만족을 얻는 것. 나는 노력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198쪽)
네가 여성인 것은 네가 선택하고 노력해서 된 것이 아니야. 너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성으로 태어난 것뿐이야. 그것을 이용해서 살아가면 영혼이 더럽혀지게 돼... 새로운 생각이었다. 내 몸은 나의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려는 사람은 내 몸까지 지배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은 그처럼 부자유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평생 몰라도 된다.(210쪽)
개성이나 재능같은 것은, 범상한 종족이 어떻게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비축하고 연마하는 무기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230쪽)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격차는 한없이 커서, 인간의 인생을 비뚤어지게 만듭니다.(326쪽)
중국인은 태어난 장소로 그 운명이 결정된다. 이 말은 천안문사건의 영웅, 우얼카이시가 했다고 하는데, 사실 아닙니까. 저도 당 간부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지금 이런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정말로 분하기 짝이 없습니다.(366쪽)
생물의 개체군이라는 것은 매우 재미있단다. 먹을 것과 생활환경만 갖추어지면 개체의 수는 자꾸만 늘어나지. 이렇게 개체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개체군 성장이라고 한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개체 밀도가 포화 상태를 넘어서면, 이번에는 개체 간의 경쟁이 심해져서 결국에는 출생률이 저하되고 사망률이 증가해. 개체 밀도가 높아지면 종종 개체의 발육이나 형태, 생리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생물학의 상식이란다. ... 어쩌면 너의 신앙도, 히라타의 창녀 일도, 사토의 이중생활도 개체의 형질 변화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개체 밀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동일한 생활환경 속에 머물러야 하는 숨 막힘이라고나 할까, 그 괴로움이 형태변화를 낳은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구나. 그것은 가혹하고 쓰라린 경험이었겠지. 그 경험만큼은 우리가 가르칠 수 없었던 것이다. (415쪽) 노력은 개체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발육하거나, 형태와 생리가 변화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무익하지. 왜냐하면 변화는 개체가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411쪽)
그녀가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인보다 우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닻을 무력하게, 아니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 때문에 인간은 타고난 아름다움을 펄쩍 뛰면서 부정하고, 닻을 강화하려 하지. 즉,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히라타 유리코는 존재 자체만으로 미움을 받고, 학교에서 추방된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드는구나. 그리고 아름다움을 욕되게 하면서 따돌린 쪽도 닻을 풀 수 없어서 바다 속 깊이 닻을 가라않힌 채, 바다 위에서 큰 파도에 농락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421쪽)
모두가 허황된 것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겼던 거야. 유리코가 그처럼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단지 미모 때문만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네가 유리코에게 계속 열등감을 느꼈던 것은 유리코의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유리코의 자유로움이 너로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454쪽)
손님이 젊은 창녀를 사고 싶어 하는 건 육체의 매력 때문이 아니야. 젊다는 것은 미래가 있으니까, 남자들은 젊은 창녀가 갖고 있는 시간을 사는 거라고 생각해.... 남자란 모두 마음이 약해. 여자가 추하게 변했거나, 나이를 먹어서 우울해진 것을 견딜 수 없는 거야. 우리의 모습이 남자가 지닌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셈이지. 반면에 우리 같은 괴물을 좋아하는 남자는 쇠약이라든가 쇠퇴같은 추악함을 즐기고 있는거야. 우리를 좀 더 타락하게 해서 넝마로 만들고 최후에는 죽여버린다니까. (552쪽)
여자가 몸을 파는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이 세상에 대한 증오입니다. 그것은 확실히 어리석고 슬픈 일이지만, 남자 또한 그런 여자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순간이 섹스할 때뿐이라면, 남자도 여자도 어리석고 슬픈 것일까요.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부탁이에요.(6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