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당신이 죽는다고 선고한다. 후두암에 걸려 목소리를 잃고 한달 길면 두달 후엔 목숨을 잃는다는 말을 듣고 회사로 돌아온 주인공 멜로디. 그런데 회사에선 정리해고를 당한다. 당장 짐을 싸들고 나가야 하는 상황.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지만 남친은 이별을 통보한다.

아~, 이런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멜로디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그리고 당신이라면 이 짧은 시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영화 <나의 인생 나의 기타>는 여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어떻게 살 것인지, 또는 죽을 것인지를 묻는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죽음 앞에서 택한 행동이라는 것이 평소 당신이 그렇게 갈망했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혀줄 수 있다는데 있다. 이것은 로또 1등 당첨과도 얼핏 닮아 있다.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화수분같은 돈을 쥘 수 있을 때 당신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란 결국 평소 그렇게도 갈망한 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둘 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절망 속에서, 하나는 희망 속에서 선택한 것이기에.

멜로디는 펜트하우스를 단기간으로 빌린다. 그리고 그 커다랗고 빈 공간에 갖고 있는 모든 카드로 호화찬란한 가구와 옷 등으로 채운다. 전화주문으로 끊임없이 배달되는 과정에서 배달원과의 스쳐지나가는 사랑도 한다. 또 평소 채식주의자였던 그녀지만 먹는 것에도 아무런 한계를 두지 않는다. 피자 배달을 해주던 여종업원과의 사랑으로 삼각관계도 형성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가난으로 매일 싸우던 부모님들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래서 훔치다 들켜 꾸지람을 듣기도 했던 전자기타를 장만해 비디오를 통해 기타연주에 몰입한다.

그런데 어느날 카드 주문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날짜를 확인해보니 어느덧 3개월이 지난 상태. 병원에 들려 몸상태를 체크하니 암이 모두 사라졌다. 이런!! 멜로디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카드빚을 청산하기 위해 비싸게 구입했던 명품들을 헐값에 넘기고 펜트하우스를 나와 거리를 떠돈다. 그녀의 유일한 돈벌이는 길거리 기타연주. 그런데 그 연주 덕분에 우연히 그곳을 지나치던 밴드의 멤버로 영입된다. 멜로디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

죽음 앞에서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꾼 멜로디는 제2의 인생을 찾게됐다. 어린 시절 그녀의 유일한 희망구였던 기타는 죽음 앞에서 빛을 밝혀주었다.

그래, 당신이라면 죽음과 직면해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너무나 행복했던 일상이었기에 죽을 때까지 그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포자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또는 새로운 삶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희망없는 무의미한 삶을 이어갈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며 마무리를 짓고자 하는 삶도 가능하다.

과연 당신이라면...

'먹고 살기 위해'라는 이유를 벗어난 삶이란 죽음에 직면해서야 가능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살아가는 수밖에. 그래도 생각해본다. 정말 한달 후 죽는다면 난 그 남은 일생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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