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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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 8848m의 에베레스트. 초모롱마. 인간이 갈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던 곳이 불과 몇 십년 사이 수많은 사람들을 허락했다. 물론 에베레스트는 절대 정복당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년이면 수십명에서 백여명까지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예전엔 겨우 한두명 성공할 뿐이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프로 산악인들의 도움으로 여행처럼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지불해야할 비용이 200억원인 것에 비하면 껌값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기 위해선 입장료를 포함해 2000만원정도는 들여야 한다. 이런 상업적 산행으로 에베레스트도 시장처럼 분주하게 되버렸지만, 결코 지상과 같은 곳은 아니다.

7000m가 넘어서면 산소가 지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모를 것이다. 뇌는 절대적으로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 산소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모든 신경의 중추인 뇌의 활동이 뚝 떨어진다. 그로 인해 판단력과 기억력도 그리고 손발의 움직임도 모두 둔해진다.

이 책은 누구보다 베테랑이었던 두 산악안내인이 사람들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실종된 최악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에베레스트가 왜 신의 허락이 필요로 하는 곳인지를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조합해 당시의 사건을 회상하는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자연에 대해서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극한 경험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서 왜 산에 오르려 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평범한 산 조차도 왜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접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책은 흥미진진하다. 또한 다큐멘터리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감추어진 심리가 드러남으로써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사고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인간이 왜 겸허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이 책은 또한 인간의 도전의 위대함에 눈뜨게도 만든다. 산을 좋아한다면 더욱, 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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