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경제가 빨간불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속에는 절망만이 가득하다. 불과 반년전만 해도 희망으로 반짝였던 눈들이다. 숫자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세상이다.

최근 국내에 출판된 신간서적 중 은행과 보험에 관계된 책들이 꽤 있다. 은행과 보험사라는 것이 기업인 이상 고객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 책들이다. 좋다고 해서 멋모르고 가입하는 상품들이 실제론 은행과 보험사의 배를 불려주는 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알고,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이 소설도 이런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다. 빠찡코에서 노닥거리는 백수 주인공이 증권시장의 법칙을 깨닫는 모습이 주된 줄거리이지만, 그 과정엔 주인공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노인의 복수심도 들어가 있다. 바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은행과 보험사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된 일반 서민들을 대신해 투자로 자신은 이득을 취하고 은행사를 곤혹에 빠뜨리는 작전이 짜릿하다.

소설 속에서는 증권계에 퍼져있는 진리들이 담겨 있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라는 것. 조금 일찍 소설 처럼 실감나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탁 쳤다. 지금과 같은 세계 증시 상황에서 혼돈으로 치닫는 일은 경제 자체의 전망 떄문은 아니다.

개개인의 자기 보신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시장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타이밍과 상대만 잘 파악하면, 단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거대한 임팩트를 시장에 안겨줄 수 있다.(274쪽)

결국 증시와 같은 금융업은 심리게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심리게임에 접어든 순간 그것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예측 불가능성, 우리는 그것에서 예측 가능성을 기대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 희망의 조건은

정보가 타인에게 전달될 때 발생하는 시차와 왜곡(281쪽)에 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것도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해 증시 대박으로 펀드가 인기였다. 그 열기는 이제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다. 시퍼런 칼날로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을 듯하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란 실로 수수께끼 같은 것이다. (131쪽)

그러니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신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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