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소설(小說) 1 - 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원고지 10매 내외의 짧은 이야기 소설. 10분 내외의 이야기는 집중력을 흐뜨러뜨리지 않으면서 읽을 수 있어 좋다. 더군다나 그 소재가 소나무, 난, 돌, 홍어 등등의 사물과 동, 식물에서부터 사람까지, 그리고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집안의 내력과 기업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하다면야 더더욱 귀가 솔깃할 일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나면 뭔가 후련한 듯 하고, 생각해볼 거리를 주기도 하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특히 매력적인 것은 우리 국토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소위 명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접하는 재미가 이만저만 아니다. 책을 접고 나면 책에서 읽었던 지명 특히 산골짜기나 마을을 한번쯤 찾아보고싶은 마음이 인다.

게다가 1권은 알게 모르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고 있다. 서구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명문가들이 재난을 겪으면서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와 그렇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현재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깨우치고 있다.

왕대밭에 왕대 나고 쑥대밭에 쑥대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는 당연하나 사람 사는 이치와는 다소 다르다. 개천에서 용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인생사 아니던가. 그럼에도 왕대밭의 왕대처럼 명문가는 이어져왔다. 물론 부의 세습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인데, 그 부를 어떻게 활용했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명문가는 곳간에서 인심을 냈다. 풀어주는 것, 베푸는 것. 그것이 명문가가 명문가로 이어진 이유이다. 빌 게이츠의 기부를 한번 생각해보라.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어도 미워할 수 없는 재벌이다. 그런 전통이 우리의 경우엔 천박한 자본주의의 횡포로 사라졌다. 꼭꼭 담아두려하고, 없는 사람 것을 더 빼앗으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에 대한 시기심은 분노와 종이 한장 차이로 옆에 있다. 더군다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키는 현실에서 시기와 질투는 분노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 근본적인 대책이야 시스템의 개혁이겠지만,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그 분노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대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가난한 자에게는 불공평한 자본주의이기에 기부를 한다는 어떤 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 명문가들이 어떻게 적선을 통해 명문을 이어왔는지 그 지혜를 배워야 할 때인지 모른다. 소설을 읽으며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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