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 블루베리밭의 풀은 예초기로 깎아 주었지만, 나무 근처로는 예초기를 사용할 수 없어 블루베리나무와 풀이 뒤엉켜 있다.

이렇게 엉킨 풀은 일일이 손과 호미로 잘라내고 뽑아준다. 풀을 뽑다 보면 흙 속에서 달팽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의 나무 마다 달팽이 한 두 마리는 보인다. 심한 경우에는 대여섯 마리 이상도 있다.

이적의 <달팽이>라는 노래를 비롯해 우리가 갖는 달팽이와 관련된 이미지는 느리지만 뚝심있는, 또는 자신의 집을 이고 가는 힘겨움의 표상이다. 하지만 농부에게 있어 달팽이는 해충이다. 잎이나 열매를 갉아 먹거나 진액을 묻혀 작물을 더럽히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이 달팽이를 먹겠다고 쥐나 두더쥐, 새들이 달려들어 농장을 망쳐 놓는다. 그러니 밭에 놓여진 달팽이는 없애야 할 '적'이 되어 버린다.
똥이 거름밭에 놓이면 훌륭한 퇴비가 되지만, 방 안에 놓이면 얼른 치워야 할 더러운 것이 된다. 어디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가치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해 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달팽이도 마찬가지로 작물이 크고 있는 밭에 있을 때는 처분해야 할 해충일 뿐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이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길일 것이다. 있으면 안 되는 자리에 놓이는 순간, 그 사람은 가치를 잃고 오명만 뒤집어 쓸 뿐이다. 대선이 코앞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놓여졌을 때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뽑아 그 자리에 앉히자. 우리는 잘못된 자리에 앉는 바람에 고통과 비극을 가져온 사람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