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시리즈. 16부작. 드라마. (판타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주연.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그려냄. 매 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오열이 아니라 어느새 주루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 9점/10점
2. 195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새침데기 문학소녀 오애순과 무쇠 일편단심 양관식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후 1960~70년대 태어난 자식 세대까지를 아우르고, 1950년대 이전과 2000년대 이후까지 총 4세대가 그려지는 일대기다.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새마을 운동 시대와 망할 것 같지 않던 대기업마저 분해되었던 IMF시대, 배달 음식이 꽃을 피웠던 2002 월드컵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대박을 낳았던 인터넷 시대가 개인의 인생사와 연결되어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3.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절대 악인이 없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판타지다. 물리쳐야 할 대상도, 앙갚음을 치를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다. 허세 가득 차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상길 마저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말이 위로나 속임수가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진다. 역시 판타지다. 그럼에도 이 판타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판타지가 판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갈망 때문일 것이다.
4. <폭싹 속았수다>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모양새다. 소위 2세대가 모여 사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늘어난 지금,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더해서 반대로 자식들을 향해 한 번 더 포옹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도 갖게 한다. 이뿐 아니라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도 다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이라면, 다정이야말로 그 밑거름이지 않을까 싶다.
5. 애순이에게 힘이 되어 준 이는 이모라고 부르는 해녀 3인방이다. 우리 조상들이 힘든 농사일을 할 때 두레나 품앗이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듯 해녀들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끈끈함이 있다. 애순이 엄마가 일찍 죽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버린 애순이를 이모들은 자신의 딸인 양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들의 관계는 평생을 간다. 흔히 우리가 연대라고 부르는 삶의 버팀목이다.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다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해녀와 꼭 닮은 동네친구들이 등장한다. 함께 하면 힘이 되는 사람들. <폭싹 속았수다>도 이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6. 험한 말이 오가고,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세상이 살만할 것이라 여겨지는 요즈음. <폭싹 속았수다>라는 판타지의 위로가 더불어 살아갈 힘을 주기를 희망해 본다.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고 있자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서로가 죽이고 죽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록 생각은 다르더라도 다정함으로 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공상(판타지)의 나래를 펼쳐 본다. <폭싹 속았수다>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실함을 도구로 사용한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혐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정함 같은) 새로운 무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애순과 관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