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영화에 원작이 있다면 분명 무협만화였을 것이다. 맹인검객의 단칼에 베어버리는 검술과 그에 맞설만한 떠돌이 무사의 칼솜씨, 그리고 부모를 죽인 원수를 갚고자 게이샤로 본모습을 감춘 아이들 등 모두 만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 또한 만화와 무척 닮아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타노 다케시 영화임을 보여주는 트레이드 마크를 곳곳에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최근에 본 돌스는 이러한 트레이드 마크로부터 조금 벗어나 보인듯 하지만) 그리고 이런 특징이 할리우드의 영화와도 차별성을 갖는다. 무표정한 모습의 사람들. 아이들을 보면 갑자기 웃겨보겠다고 까꿍거리는 모습, 하지만 그 모습에 어른마냥 대하는 아이들. 평범한 사람들의 실수가 빚는 실소(정말 상상을 뛰어넘는다. 칼을 빼다 옆 사람을 베고, 잘못했다며 사과하면서 칼날이 주인을 향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귀여운(?) 그리고 섬뜩한(?) 상상인가)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장점은 흥겨움에 있다고 하겠다. 사람을 베면서 흩날리는 핏자국에 눈을 감고 싶기도 하겠지만- 이 피가 그래픽 처리됐음을 억지로(?) 보여주는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탭댄스마냥 삶은 그렇게 즐거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농부들의 쟁기소리, 목수들의 망치소리 등에 맞춘 음악과 나막신으로 함께 춤추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에서, 우리의 일상 자체가 그들처럼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자토이치처럼 악한들을 싸그리 없애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끼리 모여서 신나게 한번 탭댄스를 쳐본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오지 않는가?
자, 잠시 모든 고민을 떨쳐버리고 신나게 탭댄스를 추자.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소리도 그 탭댄스의 소리라 생각하며 모든 일상들이 그렇게 춤을 추도록 해보자. 물론 우리의 일상이 축제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단지 축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겹지 않은가? 내가 그 탭댄스의 박자를 못 맞추고 엇박자를 내더라도 누가 나에게 무어라 시비를 걸 수 있겠는가? 흥겨운 축제의 마당에서.
자토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