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가 장안의 화제다. 요리라는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시들지 몰라, 시기마다 그 형태를 달리하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레시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먹방으로, 이어 여행의 주요 목적으로서의 맛집 탐방에 이어 이젠 경연의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그나마 요리라고 해봤자 반조리가 된 간편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왜 요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것일까. 이런 똑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욕망하는 식물> 등의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폴란이다. 마이클 폴란의 이런 의문을 가지고, 요리의 기원과 문화, 역사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요리를 욕망하다>라는 책을 2014년에 냈고, 2년 후 다큐멘터리로 영상화하는 작업을 했다.
책과 다큐는 모두 불, 물, 공기, 흙이라는 4가지 주제를 챕터로 구성했다. 1부는 불로, 요리의 시작이 불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인간이 유인원과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요리하는 인간부터라는 리처드 랭엄의 '요리 가설'을 소개한다. 랭엄은 <요리 본능>이라는 책을 쓴 학자로, 인류가 음식을 불로 익혀 먹음으로써 먹고 소화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 그 남은 에너지를 뇌로 보내어 뇌가 발달하고, 또 남는 시간에 문화 등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아무튼 불로 익혀 먹는 요리의 시작은 원재료를 그대로 굽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동물의 사체를 우리가 먹는 행위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해체된 고기가 아니라 통으로 된 사체를 구워서 나누는 과정을 통해 문화가 형성되어진다. 즉 고기를 굽는 동안 불 주위에 모여 앉은 이들이 사냥의 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 익은 고기를 서로 나누어 먹음으로써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바비큐를 먹는 행위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먹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불멍을 통한 치유와 나눔을 통한 연대가 불로 구워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요리의 시초는 불과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