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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평점 :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와서 갖게 된 화두는 빈부격차였다. 한쪽에선 사무실 직원들이 일을 끝내고 공짜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다른 한쪽에선 픽업 트럭에 몸을 싣고 무더위 속에서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살짝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개인 간의 빈부차와 국가 간의 빈부 차가 발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다소 가볍고 쉽게 입문하기 위해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였다. 전 UN 인권위 식량특별조사관이자 현 UN인권위 자문위원이기도 한 저자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된 이유와 그 해결책을 손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갖는 속성이라 본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 수십 여개와 금융자본 몇 개가 세계 자본의 절반 가까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자본주의가 갖는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를 추적하고,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위한 자본의 축적이 제국주의적 약탈 경제와 노예제로부터 비롯됐음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해결책도 뚜렷하다. 바로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이다. 하지만 해방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봉건제에서 공화제로, 노예가 사라지고 아동과 여성의 권리가 획득되어지는 과정은 모두 그런 결과를 예측하고 이루어진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현재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봉기가 가져온 결과였음을 이야기한다. 즉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것의 수정이 아니라 폐기이며, 이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운동이 결국 자본주의를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달성해내리라는 생각이다.
자본주의가 가져 온 빈부격차에 대한 근거가 자세하지 못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책이다. 또한 그의 바람처럼 더 이상 혜택을 주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폐기하기 위한 연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든다. 소수가 가져 간 절반에 가까운 자본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도 그 소유에 꽤 큰 격차가 있는데, 많은 이들이 소수가 아닌 나머지 절반의 격차 속에서 위를 차지하고픈 욕망을 결코 거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면 과연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질 수는 있을까.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