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독친>을 만들었던 김수인 감독 작품. 안소희, 박상남 주연. 안소희의 목소리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대학 동기 4명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약간의 클리셰가 느껴지지만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주 친한 친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거나, 친구를 질투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강추.


2. 윤임(안소희)은 대치동의 국어학원에서 잘 나가는 강사다. 뭐든 똑똑 부러지고, 속에 감추지 않고 톡톡 직설을 털어낸다. 기행은 중학교에 새로 부임한 국어교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웬만한 감정은 속으로 삭이고, 감춘다. 때론 비겁하다시피 갈등 상황을 회피한다. 기행은 우연히 윤임이 대치동 학원의 강사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간다. 기행이 윤임을 찾아간 것은 그들의 대학 친구인 나은이 연명치료를 끝내고 산소마스크를 떼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윤임은 절친이었던 나은과의 관계가 어긋나 있었다. 이즈음 미치오가 일본에서 돌아와 윤임이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온다. 다시 만나게 된 이 네 명의 친구 사이에서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지속하게 될까.


3. 윤임은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내뱉는 성격이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가장 큰 비밀을 하나 갖고 있다. 자신의 절친인 나은과 관계된 일이다. 기행은 항상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 감추는 성격이지만, 딱 한 번 나은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그런데 이 감정은 윤임이 감추고 있는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 이에 나은은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상반된 성격의 두 남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서로 어긋난 채 세월이 흘러간다.


4. 영화의 배경은 대치동이다. 윤임과 기행의 만남은 대치동에서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학원 선생과 학교 선생 간의 관계는 가까운 듯 멀다. 영화가 대치동을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 사교육의 1번지 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전쟁터다. 남을 이겨야만 하는 경쟁의 끝판이다. 윤임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대치동에 왔다. 이곳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동료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하다. 윤임의 이 욕망이 나은을 결코 용서할 수 없게 만든다.(스포일러 없이 쓰려니 힘들다) 나은 또한 친구마저 이기고 싶어했던 욕망으로 인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취한다.


5. 이기고 싶은 욕망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 화해의 길로 접어든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은의 마지막 소망을 이루기 위해 네 친구는 인천으로 문학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문학관은 문을 닫았고 캠핑 하려고 했던 호수는 매립 공사 중이다. 세상은 뜻한 데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윤임 일행은 매립 중인 호수가에 텐트를 친다. 그저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기에.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지 않도록,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지켜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 또한 세상이 호락호락 허용하지 않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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