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일드독>은 올랜도 블룸이 주연한 액션 영화다. 화려한 몸 동작이나 변화무쌍한 전략, 눈을 의심케 하는 총격술 따위는 없다. 영화 후반 날 것 그대로의 총격신이 전부다. 하지만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주는 신선한 맛이 있다. 이 맛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추천. 이야기의 재미나 액션의 화려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비추.
2. 캐시(올랜도 블룸)는 여동생 레이첼이 죽은 후, 처남과 조카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농장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처남은 이 마을의 마약폭력집단의 우두머리 '빅캣'에게 돈을 빌린다. 하지만 이는 빅캣의 함정.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캐시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야비한 농간이었다. 캐시는 농장과 하나뿐인 혈육인 조카를 지키기 위해 빅캣과 세 번의 명령을 따르기로 약속하고, 다시 마약과 폭력에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캐시는 빅캣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건 대결에 나선다.
3. 빅캣이 무소불위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잔혹함과 함께 지역 경찰과의 커넥션 덕분이다. 아니, 커넥션이라기 보다는 경찰을 대상으로도 고문과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정도의 담대함(?)이 있어서다. 치안권을 넘어 선 폭력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근작인 <플라워 킬링 문>에서는 토호 세력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원주민들이 중앙정부(연방정부)의 힘을 빌린다. 아마도 이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터인데, 영화 <와일드 독>에서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폭력으로 맞서는 방법을 택한다.
4. 빅캣 앞에 총구를 겨누는 캐시. 영화 <와일드 독>의 재미는 빅캣 무리와 캐시의 총 싸움에 있다. 화려한 액션을 돋보이게 하는 슬로우 장면이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치밀한 전략 따위는 없다. 총을 들고 정면돌파. 백발백중의 사격술을 지닌 사람도 없다. 보통 사람들의 치고 박고 식 총 싸움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총격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흥미로운 액션신이 될 것이다.
5.영화 <와일드 독>의 원제는 <레드 라이트 핸드>(Red Right Hand)다. 레드 라이트 핸드는 존 밀턴의 <실낙원>에 나오는 문구라고 하는데, 복수심에 불타는 신의 손을 가리킨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캐시가 빅캣 집단에서 나오기 위해 오른손을 장작불 위에 올려놓는 의식으로 인해 화상을 입게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국 캐시의 화상 입은 손은 복수를 완성하는 신의 손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