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 발생했던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등장인물이 조금 다르고, 실제 범행을 저질렀던 테러범이 사건 당시 죽으면서 사건을 일으킨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연좌제로 남한에서 고통받는 삶을 사는 것이 죽음보다 못하다는 범죄의 동기를 밝히며 사건을 재현한다.
영화 <하이재킹>은 범인인 용대(여진구)와 부기장 전태인(하정우)의 대결에 집중하고, 그외 인물들의 서사는 최대한 생략하고 있다. 이런 단순명료함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한눈 팔지 않고 끝까지 여객기 납치라는 사건에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비상선언>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려다 길을 잃고 헤맨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런데 연좌제도 사라진 지금 이 시점에서 50여 년 전 발생했던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굳이 의미를 찾지 말고 재미만 추구하면 되려나. 하기야 실제 사건이 워낙 영화 같은 사건이었으니, 말 그대로 영화화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생겼을 법도 하다.
2. 영화 <하이재킹>은 전태인의 희생정신을 돋보이게 한다. 전투기 조종사일 때도 민간 항공기 승객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없어서 비행기를 격추시키지 않고 납북 되도록 놔둠으로써 강제 전역을 당했다. 항공기 조종사일 때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거는 용기를 낸다. 그런데 실제 발생했던 1971년의 사건에서도 폭탄을 끌어안고 자신을 희생한 조종사가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과연 이런 희생정신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불가한 일이다. 이들을 기리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3. 용대가 납북을 결심한 것은 2년 전 발생했던 납북 비행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를 통해 납북을 실행한 범인이 북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특히 200만불의 돈을 수령했다는 소식이 용대를 자극한다. 비참하게 사느니 한 번 도박을 걸어보겠다는 심산. 그렇지만 그 와중에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비겁함마저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것은 납북 보도의 태도다. 납북을 저지른 이가 영웅이 되고, 덤으로 거액의 돈까지 하사받았다는 것을 굳이 보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사실이 어떤 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티끌만큼도 하지 않았을까. 사실만을 보도한다고 해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사실보도를 통해 어떤 반응이 올 것인지 까지를 고민하고 숙고하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요즘 넘쳐나는 언론 매체와 황색 저널리즘을 보면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