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 빔 벤더스 감독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2001년작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맞이해 안도 타다오,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동원되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로 지어진 총 17개의 화장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로 영화는 그의 일상을 보여준다. 


2. 매일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상.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도 시시각각 빛이 변하고 그 빛으로 각양각색의 그림자가 생겨나듯 우리의 삶도 매 순간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 여겨진다. 매 순간 찬란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고. 이처럼 완벽한 날들은 없다고 말이다. 그러니 매 순간 충실하게 살아가라고.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가 누가 보든 안 보든 자신이 맡은 화장실 청소를 말끔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듯이. 


3. 요즘 삶의 트렌드가 담겨진 영화라고 보여진다. 소위 말하는 '소확행'이라고나 할까. 점심 시간 사원 안에서 친구처럼 여기는 나무와 그 나뭇잎 사이로 비쳐지는 햇빛을 느끼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고 샌드위치를 먹는 기쁨. 하루 일과를 끝내고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푸는 목욕. 무엇보다도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씻은 다음 출근할 채비를 하고 집 문을 나설 때 잠깐 하늘 바라보기는 히라야마의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오늘 하루도 살 만하다 생각하며 출발하는 일상이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4. 반대로 1940~1950년대 미국 SF황금시대 3대 거장으로 불린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이외 2명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C 클라크)은 "명확히 설정된 목표가 없으면, 우리는 사소한 일상을 충실히 살다 결국 그 일상의 노예가 되고 만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위 소확행과 같은 가볍게 살기는 오히려 일상의 노예로 전락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히라야마는 일상의 노예인줄도 모른 채 일상에 갇혀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이다.


5. 시대마다 행복한 또는 성공한 인생에 대한 그림이 다르다. 똑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개개인마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에서도 우리는 완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에 동의한 사람들이라면 오늘 하루에도 잠깐 잠깐 짬을 내어 하늘을 바라보자. 그 하늘은 바로 지금 이 순간만 볼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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